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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산아제한 부작용 생생히 그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2-10-19 22:25 게재일 2012-10-1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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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민음사 펴냄, 544쪽 모옌 지음, 심규호·유소영 번역중국 첫 노벨문학상 수상 만해 문학상 수상자 선정

중국에 첫 노벨문학상을 안긴 작가 모옌(57)의 신작 `개구리`(민음사)가 출간됐다.

모옌은 1988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공상을 수상한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이며, 최근에는 만해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우리에게 친근한 이름이다.

등단 이후 그는 줄곧 고향인 산둥 성 가오미 현 둥베이 향을 주요 무대로 소설을 창작하면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거센 역사의 파고 속에서도 원시적 생명력을 잃지 않는 중국 민중의 삶에 천착해 왔다.

`홍까오량 가족`,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풍유비둔`, `사십일포`, `인생은 고달파` 등 장편소설만 10여 편 넘게 발표하며 왕성한 필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20여 개 언어로 번역되고,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이탈리아 노니노 문학상,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 문화대상, 홍콩 홍루몽 상을 받는 등 세계적으로 그의 문학적 성취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개구리`는 “생명의 본질을 추구하면서 인간성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보여 주는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2011년 마오둔 문학상을 거머쥐었다.

마오둔 문학상은 4년에 한 번 시상하며, 루쉰 문학상과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문학상이다.

`개구리`는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인 `계획생육`의 실무자로서 농촌 마을을 돌아다니며 임신부를 납치해 강제로 임신중절수술을 해야 했던 한 산부인과 의사의 이야기이다.

모옌은 중국에서 가장 많은 부작용과 논란을 양산하고 있는 이 문제에 최초로 문제 제기를 했고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 중국 작가 모옌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중국인에게 가장 민감한 주제를 다룬 대담한 소설”이라고 평했고, 중국의 대표적인 진보성향 주간지로서 2009년 오바마 방중 당시 유일하게 인터뷰한 매체인 남방주말은 이 책이 “넓고 깊은 감성으로 역사가 수많은 이들에게 입힌 아픈 상처를 품어 주고 있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모옌 소설의 불변하는 주제는 `인성`이다. 그는 한국어 판 서문에서 “소설을 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을 쓰는 것”이며 “나는 `사람을 똑바로 보고 쓰기`로 했다”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그는 자신의 고모를 소설의 주인공인 산부인과 의사 완신의 모델로 삼았는데, 그녀는 가오미 둥베이 향에서 50년 넘게 산부인과 의사로 활동하면서 계획생육 정책에 따라 수많은 임신중절수술을 해야 했던 역사의 산증인이다.

`계획생육`이라는 구체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모옌의 관심은 역사적 풍랑에 휘말린 인간이며, 이렇듯 자신이 지켜봐 온 인물들을 소설화해 보다 생생한 모습을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이다.

모옌은 `계획생육`이라는 주제 아래 사람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묘사하면서 폭력적 인구 정책이 몰고 온 여러 가지 부작용에 초점을 맞춰 인물들 간의 갈등을 세세히 그리고 있다.

작품의 제목 `개구리`는 작가의 고향인 중국 가오미 둥베이 향의 토템으로, 강력한 생식력 덕분에 다산의 상징으로 꼽히며 설날에 붙이는 민화에 단골로 등장한다.

또한 `개구리(蛙)`는 갓난아기를 뜻하는 와(娃)와 동음어이며, 중국 신화에서 인간을 창조한 것으로 알려진 여신 여와(女蛙)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작가는 `개구리`를 통해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여성의 출산조차 법으로 옭아매려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 숨 쉬는 민중의 생명력을 찬미한다.

`개구리`는 형식적으로는 자전적 1인칭 소설이되 실제 주인공은 고모이며, 소설이긴 하되 커더우가 수신자인 스기타니 요시토에게 보내는 다섯 통의 장문 편지다. 또한 마지막 다섯 번째 편지에는 9막짜리 극본이 붙어 있다.

형식상 편지글이 분명하지만, 내용은 소설처럼 읽히고, 어찌 보면 소설인데 작가 스스로 밝힌 것처럼 분명 서신체이다.

편지에서 커더우는 고모의 일생을 주제로 극본을 쓰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극본에는 고모 이야기 대신 전체 소설의 결말이 들어가 있다. 이처럼 새로운 형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한 작가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나는 소설 구성에서 서신체와 연극을 결합한 새로운 형식을 창조했다. (중략) 동시에 허구와 진실이 번갈아 등장하는 방식과 `연극 속에 연극이 있는` 일종의 소격효과는 소설의 서사 공간을 크게 확대시켜, 소설을 더욱 풍부하고 다의적으로 만들 것이다”(옮긴이의 말, 536쪽)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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