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 식
티베트에도 거지가 있다
사원이나 찻집마다 따라붙는다
티벳사람들, 주머니가 궁해도
이승의 공덕 쌓게 해주어 고맙다고
거지를 후하게 대한다
시인살이 하루 작파하고 누워
거지같은 생각을 한다
지상에서 가장 높은 거지마을에도
가난한 별빛이 내리겠지
거지노릇 마친 그들과 둘러앉아
지폐를 세고 있겠지
우습다
벼랑 끝 시를 밀고 있는
아, 거지같은 사랑
이승의 공덕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대접받는 티벳의 거지를 떠올리며 세상을 향해 수없이 시를 쓰서 날려 보내는 시인의 삶을 한 번 생각게 하는 작품이다. 거지같은 구걸은 하지 않지만 얼마되지 않는 원고료로 살아가는 시인에게는 벼랑 끝에서 시를 쓰는 듯한 절실함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