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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 주민 집단생활 불만 폭발 직전

남보수기자
등록일 2012-10-12 21:30 게재일 2012-10-1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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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고는 소리… 앓는 소리… 불쾌한 냄새… 가축 걱정…<br>구미 불산 사고 15일째 황 대표 주민항의에 곤욕
▲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11일 구미 불산가스 피해 주민들의 집단 수용시설을 방문해 임천리 주민대책위로부터 불산 피해 상황을 듣고 있다. 구미/남보수기자

구미 불산가스 사고 발생 후 보름이 됐지만 지금까지 해당 피해지역에 대한 정부 대책 발표가 없어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구미시는 정부합동 조사반이 다녀가 그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할 뿐 구체적인 언질이 없자 주민들의 불만은 날이 갈수록 쌓여가고 있다.

봉산·임천리 주민 300여명은 사고 후 멀쩡한 집을 놔두고 옷가지 몇개만 든 피난 보따리를 들고 떠나와 불편한 집단 피난생활을 하면서 밤이면 두고온 가재도구와 가축 등이 걱정돼 밤잠을 설치고 있다.

또한, 집단수용시설 중 산동자원화시설은 남녀노소 거처가 별도 구분된 게 아닌 강당 한곳에서 집단생활하며 식사나 취침 등을 함께 해결해 날이 갈수록 불편함에 지쳐가고 있다.

특히 취침 때는 90여명의 마을 사람들이 함께 자다 보니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앓는 소리, 코고는 소리, 기침 소리, 불쾌한 냄새 등으로 또다른 집단생활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려 해도 새와 쥐, 벌 등이 불산 가스누출 후 죽어가자 혹여나 가스피해 후유증이 올까 걱정이 태산 같다. 따라서 정부 보상 대책 발표와 귀가해도 안전하다는 관계 당국의 발표만 있다면 이곳 생활을 하루빨리 청산하고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굴뚝 같다.

하지만, 아무리 불편해도 정부의 대책 발표가 없는 현 상태에서는 귀가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박종욱 임천리 주민대책위원장은 “이주가 길어지면서 주민들의 불만도 쌓여가는데 관계당국은 이무런 언질이 없어 답답하다 못해 짜증이 난다”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구미시 관계자는 “현재 정부의 각 부처에서 역학조사를 해 가 그 결과를 토대로 보상대책 등이 결정될 것”이라며 여러 부처에서 업무를 다루다 보니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구미시도 하루빨리 정부 대책이 나오도록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11일 구미 불산가스 피해 주민들의 집단 수용시설을 방문했다 주민들로부터 항의와 질책을 받았다.

이날 오후 5시께 주민 100여명이 집단 이주한 산동면 봉산리 산동 자원화시설을 찾은 황 대표는 이어 6시10분께 임천리 주민 20명이 머물고 있는 해평 청소년수련원을 찾았다.

이곳에서 황대표는 박종욱 대책위 대표, 박수호 이장, 박준호 대책위사무국장 등으로부터 피해상황을 청취했다.

숙소 입구 좁은 공간에서 피해상황을 듣던 중 뒤에 서 있던 노인들은 “좁은 곳에 기합주는 것도 아니고 뭐 하는 짓이냐”며 고함을 질러 긴장감이 흘렀다.

노인들은 “이곳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박 후보나, 야당 대선후보들도 벌써 다녀갔는데 집권여당 대표가 보름이 다되도록 이제 나타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고함을 지르며 강하게 질책했다.

임천리 대책위는 “우리는 불산피해가 진정돼 집에 돌아간다 해도 불안해 정착할 수 없다”며 “정부서 수용해 이주대책을 세워줄 것”을 요구했다.

황 대표는 “불산은 위험한 물질이지만 피해지역 정부합동조사결과를 보면 앞으로 주민들이 생활할 수 없을만큼 심각한 상항은 아닌 것 같다”며 “언론들이 너무 과대포장해 주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종욱 대책위원장은 “정부합동조사반이 조사한 것은 불수소이고 사고 공장에서 누출된 가스는 불수소가 아닌 불산원액으로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면 정부가 재차 조사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민 김모씨는 “아무런 선물 보따리도 없으면서 늦은 시간 왜 왔는지 모르겠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날 황 대표 방문에는 남유진 구미시장을 비롯, 이인선 경북도 정무부지사, 심재철 최고위원, 박덕흠 재해대책단장, 환경부 정책실장, 시도의원 등 50여명이 동행했다.

구미/남보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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