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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꽃

등록일 2012-10-12 20:27 게재일 2012-10-1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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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진 형
캠프워크 후문 담벼락

새로 옮긴 골동점 평일당

이만원에 사온 김구림의 에이피 판화

화트만紙에 찍혀 있는

서른세 개의 입술꽃

- 뽀뽀, 라고 찍어둔

- 사랑해요, 라고 찍어둔

- 당신 내 꺼야, 라고 찍어둔

- 미워 미워, 라고 찍어둔

- 우리 헤어져요, 라고 찍어둔

뭉툭한, 퉁퉁 부은, 깡마른, 요염한

헤벌죽한, 나른한, 검은, 검다 못해 붉은

어쩔 수 없이 경쾌한

입술에, 심장에

내 생에 사랑해요, 라고 찍어둔

당신이라는 입술꽃

어느 골동품 그림집에서 이만원 주고 사온 그림, 서른 세 개의 입술꽃이 피어있는 그림을 들여다보며 시인은 하나 하나의 입술꽃에 사랑과 이별, 기다림과 그리움의 의미를 새겨본다. 수많은 의미로 다가오는 그림 앞에서 입술에 심장에 내 생에 깊이 각인된 당신이라는 입술꽃을 생각한다. 우리들 가슴에는 어떤 입술꽃이 피어있는지 생각해봄직한 아침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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