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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약방문 `구미 불산 사고` 로 끝내야

김용호기자
등록일 2012-10-11 20:59 게재일 2012-10-1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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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호 제2사회부

死後藥方文(사후약방문, 사람이 죽은 뒤에 약을 짓는다는 뜻으로 일을 그르친 뒤에 아무리 뉘우쳐야 이미 늦었다는 말). 작금의 안전 불감증에 대한 국민의 공통된 생각이다. 비슷한 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말도 그렇다.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구미 제4공단 불산 가스누출사고가 난 지 11일 만에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지역에 대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가뜩이나 바쁜 지자체 공무원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어 단체장들은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그렇다고 행정보다 지역민을 살피는 일이 뒤처져선 안 된다. 지난 8일 오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고 이 지역을 찾은 남유진 구미시장은 주민들과의 만남에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 우리의 1차 목표는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야말로 사후약방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주민을 위로하러 온 것인지 PR 하러 온 것인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다.

8일 오후부터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 몇 명이 사고지역을 찾아 외양간 지붕에 올라가서 이미 바람에 실려 사라지고 없는 대기 중 불산 가스를 측정하고 있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주민 하모씨(46, 봉산리)는 “지금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며, “사고 다음날 낯선 사람 몇 명이 우리 동네를 찾아와서 조사 운운하며 배회하고 있어 당신들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묻자 아무것도 아니다며 도망치듯 달아났다”고 말했다.

“세상에 어찌 이런일이…” 임시 수용시설에 있는 조모 할머니(82, 임천리)는 “어릴 적 전쟁통에 피난은 해봤지만, 전쟁도 아닌 재난으로 피난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냐”며 한탄했다.

사고 내막도 모른 채 무조건 물을 뿌려대던 소방서도, 단순 가스 폭발사고로 인식한 지자체 관계자도 굳이 나무랄 수만은 없다. 단지, 위험물질에 대한 우리나라의 법 제도가 한심할 뿐이다.

부디 사후약방문이라는 고사성어가 우리가 살아가는데 더 이상 회자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구미/ kim11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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