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국
커피가 나오자 기도를 한다
나는 보던 책을 내려놓았다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기도는 길어지고
딸이 살그머니 눈을 떠 엄마를 살피고는
다시 눈을 감는다
하느님도 따뜻한 커피를 좋아하실 텐데......
속으로 그러다가
기도를 마친 모녀가
커피를 마시는 걸 보고서야
나도 커피를 마셨다
참으로 아름다운 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모녀가 드리는 묵상. 사소한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착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기도의 시간들이 길어져 비록 커피가 조금 식었을지라도 그들이 호로록 호로록 마시는 커피는 세상 어떤 것보다 따스하고 향기있는 것이 아닐까. 밀레의 만종이라는 그림에 나오는 기도하는 농부들의 모습이 떠오르게 하는 따스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