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건 청
눈도 흐리고, 귀도 막혀서
그만 자리에 눕고 싶은 날
연꽃 보러 가자, 연꽃 밭의 연꽃들이
진흙 속에서 밀어 올린 꽃 보러 가자
흐린 세상에 퍼지는 연꽃 향기 만나러 가자
연꽃 밭으로 가자 연꽃 보러 가자
어두운 세상 밝혀 올리는 연꽃 되러 가자
연잎 위를 구르는 이슬 만나러 가자
세상 진심만 쌓고 쌓아 이슬 되러 가자
이슬 되러 가자
눈도 흐리고, 기도 막혀서
자리에 눕고만 싶은 날
삶에 지치고, 기울어지고 찌그러져가는 세상, 온통 진흙탕 싸움질에 바쁜 세상을 바라보며 시인은 연꽃을 보러가자고 한다. 연잎에 송글송글 맺힌 이슬을 보러가자고 한다. 진흙 속에서도 저리 고운 꽃을 피워올리는 연, 흐린 세상에 환하게 불을 켜는 연꽃을 얘기하며 세상의 진심을 얘기하고 있다. 연꽃같이 아름답고 순하고 착한 세상을 바라는 시인의 눈이 깊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