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술 랑
둑길을 내려간다
맞은 편에서 자전거 타고 오는
흰옷 입은 여인
이마에 땀방울 맺혔다
둑방에 핀 개망초꽃
흔들린다
그와 나도 한 그루
망초꽃인가
고개를 빼들고
햇살에 흔들리다가 시드는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그저 스쳐가는 것이다
길 옆에서
산야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개망초꽃. 둑길에 피어나 바람에 흔들리며 햇살을 품는 망초꽃과 자전거 탄 한 여인을 스치며 시인은 자신의 한 생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름 석 자 가지고 이 땅에 태어나 이리 저리 인생의 바람에 흔들리며 햇살받고 살다가 누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쓸쓸히 스치며 살다가 스러져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하는 허망한 깨달음에 이르고 있음을 본다. 우리 또한 저 강둑에 피어난 개망초꽃같은 존재가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