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선 영
신에게 연장의 시간을 구걸하지 않는다
꽃같이 깨끗이, 미지의 시간을 단념할 수 있을까
연륜은 정직하고 순수하다
쓸쓸한 숲의 나무들은 한 켜씩 한 켜씩 연륜을 불빛처럼 켜가고
사람들은 밤이나 낮이나
언제까지일지도 모르게 그어지는
하루살이 꿈을 한 켜씩 켜고 있다
하루, 얼마나 거대한 미래인가
하루, 얼마나 꿈꾸는 소멸인가
시간은 원광처럼 그대의 등 뒤에서 빛을 발하고
나는 그곳을 지나 다른 원광의 터널을 지나
이윽고 무거운 꽃을 벗는다
낙화, 한껏 아름다움을 드러내고는 미련없이 꽃은 떨어진다. 그의 시간들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리라. 자연에 흐르는 시간이나 인간의 시간이나 다를 바 없다. 한 칸씩 세월의 흔적을 나이테에 그어가는 나무나 생의 시간을 쌓아가는 인간이나 정직하고 순순하게 그들의 연륜을 채곡채곡 쌓는 것은 같다. 비록 언젠가 그 시간들이 멈추고 말겠지만 하루 하루는 소중한 현재이면서 거대한 미래인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