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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 국가적으로 관심 기울여야

등록일 2012-09-28 20:39 게재일 2012-09-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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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훈 대구본부 부장

해외토픽에 나올법한 전대미문의 사건이 터졌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사정관전형에 합격하기 위해 학생의 전형자료를 바꿔치기 할 목적으로 모녀가 중국집 철가방으로 위장한 채 학교에 숨어들었다가 발각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 26일 경찰은 이 두 모녀를 입건했다. 앞서 집단 성폭행 사실을 숨기고 봉사왕으로 둔갑해 입학사정관 리더십전형으로 성균관대학교에 입학한 한 학생에 대해 대학측은 지난주 합격과 입학을 취소했다. 결국 그동안 대학가에 소문으로만 떠돌던 사건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진실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 이 두 사건은 모두 입학사정관으로 대학에 합격하려다 벌어졌다. 입학사정관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입학사정관제는 O, X에 길들여진 인재는 창의성이 부족해 미래의 인재를 뽑는데 문제가 있다는 차원에서 지난 2008년 도입됐다. 한마디로 말해 족집게 성적이 아니라 학생의 잠재력, 창의력, 특기, 소질, 발전가능성 등을 평가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경북대는 2009년 리더십 우수자전형 20명, 이웃사랑전형 45명 등 65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천570명을 뽑았다. 2013년도 입시에서도 848명을 뽑는 등 해마다 인원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4년제 대학을 비롯, 각 전문대학들도 1년에 200여명의 신입생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뽑고 있다. 현재 대구권 4년제와 전문대학에는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합격한 학생이 수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공정한 잣대로 정당한 평가를 받아서 떳떳하게 합격했는가 하는 점이다. 학부모는 물론 교육관련 종사자들도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함량미달이거나 자질 미달인데도 입학사정관제를 통과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의 한 학부모는 “수능성적이 훨씬 좋은 자신의 아들은 대학에 떨어져 재수를 하고 있고, 공부는 못하지만 여러 가지 스펙으로 치장한 친구가 입학사정관으로 합격해 대학을 다니고 있는 것을 보면 솔직히 울화통이 터진다”고 털어놨다.

현 입학사정관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학들이 과연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학생을 공정하게 선발할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대학관계자들은 나름 최선을 다해 공정하게 학생을 뽑는다고는 하지만 시원한 대답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 일선 교사는 “입학사정관 제도가 제대로 구축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학생을 판단할 수 있는 검증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 완벽한 시스템구축을 한 대학은 보기 어려운 만큼, 고교측에서도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제도는 1920년대 미국에서 시작됐다. 당시 유대인의 콜럼비아대 합격비율은 40%, 하버드대학은 21%에 육박했다. 그래서 백인우월자들이 유대인 합격비율을 낮추기 위해 성적보다는 리더십이나 인성, 봉사활동 같은 애매모호한 사항을 적용해, 특정 인종을 배제하고 원하는 학생을 뽑기 위해 도입했다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 제도는 미국에서조차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정착했다. 하지만 미국은 대학마다 훈련된 전문 입학사정관이 많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데 있다. 불과 수십명의 입학사정관이 수만매에 이르는 학생의 원서를 어떻게 꼼꼼히 체크할 수 있겠는가. 서류위주의 형식적 심사도 문제다. 지역의 한 입학사정관은 “대학도 서류에 근거해 평가하기 때문에 제도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는 시행한 지 불과 5년째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핵심은 대학의 의지와 적격대학생을 골라내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대학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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