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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한 채

등록일 2012-09-25 20:28 게재일 2012-09-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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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재 순
나무는 더 이상 배경이 아니다

신전이다

거기에 새나 벌레만 깃든다고

말하지 마라

바람도 사람도

문 살짝 열고 들어가

숨다운 숨을 쉬고 나온다

지나친 바람도 큰물도

넘쳐나는 햇빛도 재우는

넉넉한 오지랖

세상의 격랑들 찾아와

남기고 간

저 경전을 읽어 보라

나무는 신전이고 또한 경전이다. 마북리 700년이나 된 노거수를 본 적이 있다. 인간 수명의 수 십 배를 살고 있는 나무 앞에서 옷깃을 여미지 않을 수 없었다. 격랑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 봐온 그 나무는 신전이고 경전이 아니고 무엇이랴. 가장 순리를 존중하면서 싹 틔우고 잎 피우고 성장을 차려입었다가 가을에 열매를 내미는 정직하고 착한 존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리네 인간들은 나무를 가만히 들여다 볼 일이다. 말없는 나무의 말에 귀 기울일 일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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