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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안

등록일 2012-09-24 20:28 게재일 2012-09-2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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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주 환
마흔을 겨우 넘자 글자들이 흔들리더니

자꾸 눈을 닦아도 달아나는 낱자들

생각은 산 너머 하늘

노을처럼 번진다

다시 고개를 돌려 돋보기로 낱자를 잡다

눈감고 그저 감감히 눈감고 볼 수밖에

달아나 벽면에 박힌

그 낱자를 찾는다

눈에 안 뵈던 것들 눈감으니 더 잘 보인다

낱낱이 가슴에 쏠려 이슬 빛을 단 것들

그 모두 용서도 하고

실타래를 풀어준다

나이 들면서 시력이 떨어져 잘 보이지 않던 글자들도 심안(心眼). 눈 감고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니 보이지 않던 것까지 훤히 보인다고 고백하는 중견 시인의 시안이 깊다. 낱낱이 가슴에 쏠려 이슬 빛을 단 것들, 혹은 살아오면서 눈에 가슴에 새겨넣은 것들이 하나 하나 선명하게 마음의 눈에 보이는 것이리라. 이 아침 우리도 가만히 눈감고 마음의 눈을 떠보자. 가슴에 쏠려 이슬 빛을 단 것들이 보이지 않을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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