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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調和)

등록일 2012-09-21 21:23 게재일 2012-09-2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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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락 경주청하요양병원장

넉넉한 생활을 하는 집은 아니지만 화목한 분위기에서 즐겁게 오순도순 살아가는 옆집의 모양새는 예쁘기만 하다.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하는 평범한 가정이라서 그리 기쁠 이유가 없는데도 항상 웃음을 띄고 있다.

주인이 일하러 집을 나설 때는 웃으면서 배웅한다. 자주 가족단위로 바깥나들이를 한다. 즐거움으로 조화를 이룰 때 그곳을 `천당`이라고 한다면 이웃집은 이미 천당 속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합창단의 단원으로 발표회에 여러 번 참석한 적이 있다. 단원들은 모두 아름다운 운율이 되도록 서로 조심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 결과 합창이 끝날 즈음에는 우뢰같은 박수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합창단에는 지휘자가 있다. 단원들은 성격이나 소리의 색깔이 모두 다르다.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는 음질을 크게 구분한 것이다. 합창의 화음은 기묘하고 그윽한 느낌으로 우리의 머리를 씻어 준다. 그래서 이때는 조화가 중요하다.

합창에서는 튀어나오는 소리나 틀린 음정은 조율돼야 한다. 지휘자가 그 일을 한다. 구성원 개개인의 음을 모두 합해 더 높은 차원의 감동을 주도록 하는 게 지휘자의 역할이다. 그는 각자의 음을 융합시켜나가는 마술사가 되는 것이다.

조화의 미덕은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색깔을 아름답게 배열해 기쁨과 의미를 전달하는 미술품이나 섬세하고 조화로운 손놀림에서 이루어지는 조각품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축구 경기에서 한 사람이 뛰어난 경우에는 단독 플레이를 하게 된다. 그러면 팀의 역할보다는 개인의 기량이 앞서버리기에 좋은 성적은 어렵다. 합창에서도 음성이 좋은 개인이 제맘대로 행동해 조화를 깨어 버리는 수가 있다. 어느 한 사람이 똑똑하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조화는 서로 마음을 모으는 것이다. 축구나 합창 등의 단체 활동과 같이 한 덩어리가 되어 살아가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공동의 노력이다. 그 결과로 이뤄지는 것이 곧 조화(調和)이다. 합동해 서로의 장점을 드러내어야 좋은 경기가 가능하고 자연스레 힘이 모여진다.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크고 작은 모임에 소속된다. 자기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그곳의 일원이 되기도 하고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참여하기도 한다. 어떤 모임은 잘 운영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모임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기도 한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특정 집단에서 협력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집단에 마이너스가 되는 인물이 된다. 그래서 그는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사회적인 사업의 수행에서도 한 개인의 능력만으로 성공적인 일의 수행은 불가능하다.

우수한 구성원이 완벽한 조화를 한다면 최고의 해답을 얻을 수 있겠지만 세상일이란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게 아니다. 비록 우수한 구성원이 아닐지라도 각 구성원 간에 조화가 이뤄진다면 좀 더 추구하는 목표에 근접할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노력하고 협력해 목표를 이루어 낼 때 일어나는 감동이나 성취감은 또 다른 조화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유명한 성악가의 노랫소리도 좋지만 평범한 사람들로 구성된 합창단의 화음도 그에 못지않게 좋은 것이 아닐까.

모든 면에서 조화롭게 하려고 노력하는 자들은 종국에는 역사를 선(善)쪽으로 향하게 하고, 날아가는 새의 다친 날개를 아파한다. 윤활유에서 섞여버린 찌꺼기를 제거하려고 노력하며 작품의 완결을 위한 화룡점정(畵龍點睛)에 자기를 던지는 자들이다. 조화는 단순하고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공동의 노력과 사랑으로 단결돼야 비로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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