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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는 누구나 쉽게 다가가는 친밀한 형식”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2-09-14 20:24 게재일 2012-09-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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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조집 `도심의 절간` 창비 펴냄, 172쪽 데이비드 매킨 지음, 전승희 옮김
하버드대학 한국학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한국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데이비드 매캔(David McCann) 교수의 영어 시조집 `도심의 절간`(창비)이 출간됐다.

데이비드 매캔 교수는 국제 학계에서 대표적인 지한파로, 오랜 세월 한국문학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그는 김소월, 서정주, 김지하, 고은, 김남조 등의 작품을 손수 번역하여 소개하고, 한국문학 전문지 `진달래`(Azalea)를 창간해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한국문학을 알리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또한 미국의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시조 창작대회나 각종 강연활동을 통해 한국문화를 대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데도 힘써왔다.

여느 한국인보다도 더 시조를 잘 알고 아끼는 이 벽안의 외국인은 1960년대에 평화봉사단 활동차 안동에 머물렀던 것이 인연이 되어 한국시와 시조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고 한다.

`도심의 절간`은 시조를 향한 그의 오랜 애정과 탐구의 결실을 모은 시조집이다. 영어로 지은 시조를 우리말로 번역한 뒤 한영대역으로 나란히 실어 하나이면서 둘이기도 한 시조들을 비교해가며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매캔 교수는 애정 어린 눈으로 시조를 읊고 전하는 감상자일 뿐 아니라 본인 역시 어엿한 시인으로서, 시조를 영시의 한 형식으로 수용하려는 시도를 거듭해왔다. 스스로 영어 시조의 형식을 탐구하고 창작함으로써 언어와 국가의 경계를 넘어 시조, 그리고 한국문학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매캔 교수는 서문에서 시조는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국 만리에서 온 한국말이 서툰 젊은이를 사로잡을 정도로 강렬하고 친밀한 형식이라고 말한다.

낯선 언어로 씌어진 시조는 시조의 고향인 한국의 독자들의 눈에는 마냥 신기하게 비치겠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노라면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 여느 한국시 못지않게 친숙하게 느껴진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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