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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에 건배

등록일 2012-09-13 20:43 게재일 2012-09-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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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 웅
한바탕 바람은 담벼락을 긁고 골목이 끝나는 곳에서 헛손질로 사라지곤 했다 다르륵다르륵, 청춘은 빈 우유 곽처럼 골목을 이리저리 부딪치며 그 이름만 아름다웠다 끝없이 필 줄 알았던 꽃은 지고 서리가 내리고 나는 이빨을 가볍게 떨며 두리번거린다 서른이 넘어 귀를 잃고 서른이 넘어 사랑을 잃고 서른이 넘어 표현을 잃고 서른이 넘어 두리번거린다 검은 봉지처럼 오래도록 허공을 내려오지 않는 저 가볍고, 캄캄한 내 청춘에 건배.

이 세상 누군들 스러져가는 자신의 청춘에 대해 축배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열정과 패기와 전진만 있었던 청춘의 시간들, 그래서 상처받고 아픔 당하고 절뚝거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돌아보면 참으로 아름다웠던 시간들이다. 그 청춘의 시간들이 뜨겁게 내 속에 흘렀기에 오늘의 이만한 평화와 기쁨이 있는 것이다. 아 아름다운 청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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