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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가시

등록일 2012-09-10 20:47 게재일 2012-09-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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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동 확
덧없이 피어난 꽃은 어디에도 없으리니

길고 날카로운 가시 속에 애써 피운

탱자나무 흰 꽃들을 우습게 보지 말아다오

이파리마다 촘촘하게 가시를 매단

엉겅퀴를 함부로 지나치지 말아다오

목숨 같은 희망일수록 제 그늘 속에

어느덧 역사처럼 서러운 가시를

시퍼렇게 날 세울 수밖에 없었나니

슬픔이 우물처럼 깊어질수록

제 가슴마다 역사처럼 떳떳한 가시를

초병처럼 세울 수밖에 없었나니

마침내 그 꽃과 가시의 중심부엔

그 어떤 사나운 짐승의 내장에도

소화되지 않는 단단한 모순의 검은 씨앗들이

여전히 미완인 혁명처럼 여물어가고 있나니

가시를 가진 탱자나무나 엉겅퀴를 들어 인간의 얘기를 넌지시 건내고 있다. 길고 날카로운 가시를 세운 그들이 피워 올리는 꽃은 목숨 같은 소중한 희망을 품고 있으며 우물처럼 깊은 내밀한 슬픔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리라.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삶의 모양이 힘겹고 지난할수록 겉으로 드러나는 가시가 무성한 경우가 있다. 단단한 씨앗들이 혁명처럼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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