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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2-09-07 20:55 게재일 2012-09-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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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소리는…` 문학동네 펴냄 위화 지음,  360쪽<br>강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사회<br>뿌리·근원을 찾아가는 여정<br>10여 개 국가서 번역 출간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문학동네)는 현재 중국어권 최고의 작가인 위화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장편소설 `형제`이후 4년 만에 쓴 것이다.

`형제`에서 보여준 중국 사회에 대한 저자의 문제의식과 비판정신을 이 책에서는 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2009년 위화는 미국 퍼모나 대학에서 당대 중국에 관한 강연을 하게 됐는데, 그 강연의 원고를 준비하며 이 책을 썼다.

책은 이미 미국을 비롯해 유럽, 아시아, 남아메리카 10여 개 국가에서 번역 출간됐다. 중국어판은 지난해 1월 타이완에서 출간됐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현재까지 출간이 불가능한 상태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중국 정부 당국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의 원제는 `열 개 단어 속의 중국(十個詞彙中的中國)`이다. 저자는 인민, 영수(領水), 독서, 글쓰기, 루쉰, 차이, 혁명, 풀뿌리, 산채(山寨), 홀유(忽悠) 등 열 개의 단어 속에 중국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열 개의 단어를 열 쌍의 눈으로 삼아 열 개의 방향에서 중국을 응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두고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 굴지의 강대국으로 성장한 중국 사회의 “뿌리와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말한다.

첫번째 글 `인민`에서 위화는 문화대혁명이 종식되고 개혁개방 체제가 자리를 잡아가던 시절 급작스레 중국 전역을 뒤흔든 민주화 운동인 톈안문 사건을 회고하며, 그것이 중국 사회의 변화 과정에서 어떤 전환점이 됐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는 톈안문 사건을 통해 “문화대혁명 이래로 누적되어온 정치적 열정이 마침내 깨끗이 발산”되었으며 “그 뒤로는 부(富)에 대한 열정이 이러한 정치적 열정을 대신했고, 모든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돈을 버는 데 집착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1990년대의 경제적 번영이 찾아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당시 시위에 참가했던 사람들의 열정을 목격하며 `인민`이라는 단어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됐다고 고백한다.

`영수`에서 `영수`는 다름 아닌 현대 중국의 지도자 마오쩌둥이다.

이 글에서 위화는 오늘날 중국 사회 한편에서 불고 있는 마오쩌둥 부활 움직임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사회심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마오쩌둥 사상이 그의 죽음과 함께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전 세계에 갈수록 그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며 “전 세계 수많은 지역의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마오쩌둥이 중국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차이`는 오늘날 중국 사회를 규정하는 중요한 단어다.

`차이`에서 위화는 오늘날 중국이 “현실과 역사의 거대한 차이 속에서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커다란 꿈의 차이 속에서 살고 있다”고 말한다.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빈부격차, 도시와 농촌의 불균형 발전 등 해결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구조적 문제들은 장밋빛 중국의 어두운 그림자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나날이 발전하는 중국의 이미지에 푹 빠져 아직도 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상상조차 하기 힘든 가난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다. 나는 중국인의 진정한 비극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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