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형 준
샛별처럼 손톱을 깎고 있던 것이었다
가난한 동네의 어두워서 착각했던
풍경 하나가 딱딱딱 소리를 내며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손톱 깎는 소리
마지막 집들을 지키는
나무와 같은 가로등 밑에서 울려 퍼지는
도시에서 보는 반딧불 같은
어느 따스한 길이었다
나도 어서 집으로 돌아가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놓고
손톱을 깎고 싶은 밤이었다
밤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가다 이상한 풍경 하나를 본다. 순찰차를 세워놓고 순경이 수첩에 뭔가를 적고 있는 것 같았는데 자세히 보니, 달빛에 손톱을 깎고 있지 않는가. 시인은 이 재미난 풍경을 제시하면서, 삭막한 도시를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까맣게 잊어버렸던 반딧불처럼 아름다운 따스한 한 순간을 일깨워주고 있다. 따스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