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50대, 도주 후 42시간만에 돌아와<bR>경찰 용의차량 예상 빗나가 미제로 남을 뻔
지난 20일 새벽 3시30분께 안동시 송현동 네거리. 부근 아파트에 사는 정모(19·여)씨는 더운 날씨 탓인지 새벽잠을 설치다 `쿵` 하는 소리를 듣자마자 창밖을 내다봤다.
마침 아파트 아래 편도 2차선 도로 가장자리에 검은색 산타페 중형차가 서 있었고,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을 목격한 정씨는 교통사고임을 직감했다. 하지만 운전자는 내려 주위를 살피더니 다친 사람을 구호조차 않은 채 굉음을 내며 고속으로 차를 몰아 왔던 길의 반대 방향으로 사라졌다.
뺑소니 사고였다. 피해자의 얼굴은 성형을 해야 할 만큼 중상이었다.
즉각 경찰에 신고한 정씨는 고층 아파트여서 차량번호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도주 차량 운전자는 50대 남성이었고, 하얀색 반팔 티에 체크무늬 반바지 등 당시 사건 정황을 기억나는대로 진술했다.
이날 경찰은 용의차량 수배를 위해 사건현장 주위 폐쇄회로 확인 작업에 들어갔지만 차량번호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여서 추적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안동시에 등록된 동종차량은 총 680대, 사고 당시 목격자가 확인한 검은색 산타페는 205대인 것으로 나타나 경찰은 여기서부터 일단 수사망을 좁혀나가기로 했다.
사고발생 42시간 만인 21일 오후 9시30분께 안동경찰서를 방문한 50대 초반의 남성은 앞서 교통사고를 저지르고 도주한 범인이라고 범행일체를 털어놨다.
이 남성의 자수로 당초 사고를 일으킨 차량이 안동시에 등록된 것으로 추정한 경찰의 예상은 빗나갔다. 사고차량이 제주시에 등록됐기 때문에 자칫 장기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높은 사건이었다.
안동경찰서는 이날 교통사고를 야기하고 도주한 김모(52·제주시)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물론 김씨가 자수를 함에 따라 정상은 참작되겠지만 처벌은 피할 수 없다.
김씨는 “사고가 발생한 후 크게 다친 피해자의 얼굴이 수시로 떠오르는데다 경찰 수사가 좁혀 오는 것을 느끼면서 모든 음식을 전혀 못 먹을 정도로 불안했다”며 뒤늦게 후회했다.
안동/권광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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