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철
1950년대 아침
마을 확성기를 통해 기상나팔이 울려 퍼진다
아이들도 일제히 주먹나팔에 가사를 지어 따라 불렀다
밥 먹어라 밥 먹어라
밥은 밥은 꽁보리밥, 국은 국은 된장국
이제는 꽁보리밥과 된장국마저 별미 된 시대
마음 쓸쓸한 날
내 가는 귀에 희미하게 들려오는 기상나팔소리
눈을 뜬다, 아니 눈을 꼬옥 감는다
꾸욱꾹 눌려담은 꽁보리밥 한 그릇
이제보니 당신의 봉분이 겨우 꽁보리밥 한 그릇!
밥 한 그릇이 삶의 중요한 몫을 차지했던 시절이 불과 얼마 전이다. 불행했던 시절을 뒤돌아보는 시인의 눈이 참 따스하다. 맞다. 이제는 꽁보리밥과 된장국이 별미가 되어버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밥 먹으라고 불어대던 기상나팔소리가 귀에 쟁쟁한 지금도 후끈하고 구수한 꽁보리밥 냄새가 코끝에 훅 끼친다. 가난했지만 사람 사는 냄새와 정겨움이 살았던 시절이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