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용 기
나리꽃 몇 송이 키우며 말년을
견딘 어머니
한 철 우두커니 피어서
늘 푸른 사철나무 내려다보는
나리꽃 참나리꽃
붉게 열 오르는 어머니
주황색 선명한 꽃잎에
흑자색 점으로 찍힌 병력
상여 따라 저승으로 가는 꽃
나리꽃 참나리꽃
검버섯이 피어오른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이 깊고 눈물겹다. 육십갑자 한 바퀴도 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어머니를 추모하는 시인의 눈에 보이는 나리꽃 참나리꽃은 어머니의 화신이다. 점점이 박힌 나리꽃의 반점들을 평생을 가난하고 어려운 삶을 살다 가시는 어머니 얼굴에 핀 저승꽃에 비유하면서 시인은 가만히 어머니를 송별하고 있다. 어머니, 그 눈물겨운 나리꽃을 바라보자 오늘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