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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꽃

등록일 2012-08-20 21:20 게재일 2012-08-2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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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용 기
육십갑자 채 한 바퀴 돌지도 못하고

나리꽃 몇 송이 키우며 말년을

견딘 어머니

한 철 우두커니 피어서

늘 푸른 사철나무 내려다보는

나리꽃 참나리꽃

붉게 열 오르는 어머니

주황색 선명한 꽃잎에

흑자색 점으로 찍힌 병력

상여 따라 저승으로 가는 꽃

나리꽃 참나리꽃

검버섯이 피어오른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이 깊고 눈물겹다. 육십갑자 한 바퀴도 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어머니를 추모하는 시인의 눈에 보이는 나리꽃 참나리꽃은 어머니의 화신이다. 점점이 박힌 나리꽃의 반점들을 평생을 가난하고 어려운 삶을 살다 가시는 어머니 얼굴에 핀 저승꽃에 비유하면서 시인은 가만히 어머니를 송별하고 있다. 어머니, 그 눈물겨운 나리꽃을 바라보자 오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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