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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자, 검찰에게 배워라

김상현기자
등록일 2012-08-16 21:04 게재일 2012-08-1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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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현사회부
14일 열린 포항야구장 개장 기념 경기는 홈팀 삼성라이온즈와 원정팀 한화이글스의 경기였다. 야구장은 그동안 야구에 목말라했던 포항시민들로 가득 메워졌다.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을 모델로 지어졌다는 포항 야구장에서 열린 경기의 중계방송을 보면서 가장 눈에 띈 것은 포수 뒤편 배경이었다. 삭막한 콘크리트벽과 불투명한 유리 대신 탁 트인 관중석에 앉은 관중. 1982년 프로야구가 시작된 이래 국내에선 30년 동안 볼 수 없었던 풍경이었다.

새 야구장과 함께 이날 경기 시구자도 관심사였다. 시구자로 박승호 포항시장과 이병석 국회부의장, 김관용 경북도지사, 이칠구 포항시의회의장 등 정·관계의 `높으신 분`들이 총출동했다. 본지가 지난 7월 2일 보도를 통해 정·관계 인사가 시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지만, 이를 외면하기라도 하듯 결국 그들이 시구자로 나섰다. 그것도 한 명도 아닌 네 명씩이나.

하지만, 이날 검찰의 행보는 달랐다. 주심의 `플레이볼`선언으로 야구가 시작된 저녁 6시 30분. 대구지검 이기석 포항지청장은 어디에 있었을까? 그는 7천 원짜리 외야 자유석에 자리를 잡았다. 물론 입장권도 자신의 돈으로 샀다. 야구 경기 예매가 시작되기 전인 이달 초 그는 직원들에게 야구장 입장권을 공짜로 받지 말고 직접 인터넷 등으로 예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후문이다. 특혜를 받지 말라는 것이다. 포항시민을 위한 배려와 양보가 이 지청장이 내린 지시의 배경이라는 것이 검찰 내부 기류다. 이번 지시를 두고 한 검찰 직원은 “지청장이 몸소 바람직한 검찰 상의 본보기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기석 지청장의 본보기가 시구자들에게는 충격요법이 됐으면 한다. 물론 이 아름다운 포항 야구장의 탄생에 강한 엔진을 탑재한 추진력과 행정력을 발휘한 시구자 네 분의 공로는 인정해줄 만하다. 하지만, 좀 더 넓은 안목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포항야구장이 시민을 위한 새로운 여가선용 공간임을 감안해 차라리 평범한 포항시민을 시구자로 내세웠으면 어땠을까. 야구장은 시민을 위한 공간이지, 시장이나 국회의원, 도지사의 생색내기 공간은 아닐 테니 말이다.

/김상현기자 sh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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