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야구장과 함께 이날 경기 시구자도 관심사였다. 시구자로 박승호 포항시장과 이병석 국회부의장, 김관용 경북도지사, 이칠구 포항시의회의장 등 정·관계의 `높으신 분`들이 총출동했다. 본지가 지난 7월 2일 보도를 통해 정·관계 인사가 시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지만, 이를 외면하기라도 하듯 결국 그들이 시구자로 나섰다. 그것도 한 명도 아닌 네 명씩이나.
하지만, 이날 검찰의 행보는 달랐다. 주심의 `플레이볼`선언으로 야구가 시작된 저녁 6시 30분. 대구지검 이기석 포항지청장은 어디에 있었을까? 그는 7천 원짜리 외야 자유석에 자리를 잡았다. 물론 입장권도 자신의 돈으로 샀다. 야구 경기 예매가 시작되기 전인 이달 초 그는 직원들에게 야구장 입장권을 공짜로 받지 말고 직접 인터넷 등으로 예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후문이다. 특혜를 받지 말라는 것이다. 포항시민을 위한 배려와 양보가 이 지청장이 내린 지시의 배경이라는 것이 검찰 내부 기류다. 이번 지시를 두고 한 검찰 직원은 “지청장이 몸소 바람직한 검찰 상의 본보기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기석 지청장의 본보기가 시구자들에게는 충격요법이 됐으면 한다. 물론 이 아름다운 포항 야구장의 탄생에 강한 엔진을 탑재한 추진력과 행정력을 발휘한 시구자 네 분의 공로는 인정해줄 만하다. 하지만, 좀 더 넓은 안목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포항야구장이 시민을 위한 새로운 여가선용 공간임을 감안해 차라리 평범한 포항시민을 시구자로 내세웠으면 어땠을까. 야구장은 시민을 위한 공간이지, 시장이나 국회의원, 도지사의 생색내기 공간은 아닐 테니 말이다.
/김상현기자 shkim@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