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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청승맞은

등록일 2012-08-16 20:35 게재일 2012-08-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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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 영
저이는 누구일까

봄날에도 창을 닫아걸고 방안에만 들어앉아

한구석만 뚫어져라 들여다보고 있는

이런 날은 창을 열어야 쮸쮸 찌이찌이 동박새 시가

꽃 찾아 날아 돌어온다는데

창을 벽으로 닫고 제 몸을 뒤져서 시를 꺼내려하고 하는 거역의, 아

새를 기다릴 줄 모르는, 동백 봄 장님이 되어야만,

사각의 골방에 자신의 거치장스런 육신을 한 짐 부려 놓아야만

열꽃 같고 두드러기 같고 종기 같은

검붉은 시가 살갗을 뚫고 돋아 나오는 이,

어둠의 섬뜩한 손톱으로 피가 나도록 시의 봉창을 크윽큭 할퀴어대는

저이!

이르고자하는 곳까지 가는 길에는 때로는 세찬 바람 불고 거친 비가 쏟아지고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의 눈이 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가야한다. 시인이 한 편의 시를 건지기 위해 봄날 봉창을 닫아걸고, 골방에 거추장스런 이승의 짐을 부려놓고 어둠속 손톱에 피가 나도록 봉창을 할퀴어대는 투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처럼 우리네 한 생의 소담스런 결실을 위해서는 열꽃 같고 두드러기 같고 종기같은 시를 건지기 위해 애쓰는 시인처럼 어떤 어려움도 감내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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