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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등록일 2012-08-14 20:48 게재일 2012-08-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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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원 태
이 저녁엔 노을 핏빛을 빌려 첼로의 저음 현이 되겠다 결국 혼자 우는

것일 테지만 거기 멀리 있는 너도 오래 전부터 울고 있다는 걸 안다

네가 날카로운 선율로 가슴 찢어발기듯 흐느끼는 동안 나는 통주저음으로

네 슬픔 떠받쳐 주리라 우리는 외따로 떨어졌지만 함께 울고 있는 거다

오래 말하지 못한 입, 잡지 못한 손가락, 안아보지 못한 어깨, 오래 입맞추지

못한 마른 입술로….

바람 속에 귀 기울여보자. 우리를 향한 누군가의 애가가 끝없이 들려오고 있다. 우리의 마음이 닫혀있고 편견으로 가득 차 있기에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 바람 부는 언덕에 홀로 서 있는 우리를 향해 누군가 눈물 흘리며 가슴 찢어발기며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사랑의 메시지를 날려보내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 바람 찬 언 땅 위에 단단히 서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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