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워 죽갔시오
바위의 등은 버짐 투성이
담쟁이는 시퍼런 손으로 긁어주었다
멍이 들 때까지
가을
바위의 등은
핏줄까지 붉게 달아올라
절정의 순간
우리의 사랑도 고개를 떨구었지
바위의 검은 버짐 투성이를 긁어주는 담쟁이의 손. 상생의 아름다움을 시인은 놓치지 않고 보여주고 있다. 상생, 연합과 연대는 엄청난 힘도 만들어내지만 자잔한 사랑도 생성한다. 그 절정의 순간은 진정한 아름다움의 정점이다. 사람 사이가 요즘처럼 척박하고 갈라져있는 때에 울림이 큰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