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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부재로 인한 고통을 견딜 수 없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2-08-10 21:12 게재일 2012-08-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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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민음사 펴냄, 204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박성찬 번역

20세기 중반의 냉전문학가 밀란 쿤데라의 `향수`(민음사)에는 `오디세이아`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고향을 떠나 오랫동안 타지를 전전하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온 오디세우스, 20년이라는 세월은 그가 그리워했던 고향 이타카를 낯설게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오디세우스에게 있어 고향은 자기 기억 속, 향수 속에 머물러 있는 곳일 뿐이었다.

이레나와 조제프는 망명이라는 각자의 오디세이를 끝내고 돌아왔지만 그동안의 세월은 그들에게서 고향을 빼앗았다. 오디세우스와 이들 두 남녀에게 공통점이라면 고향에 대한`무지`이다.

체코어로 표현된 가장 감동적인 사랑의 문장은 `나는 너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다`인데, 이는 `나는 너의 부재로 인한 고통을 견딜 수 없다`라는 뜻이다. (중략) 이렇듯 어원상으로 볼 때 향수는 무지의 상태에서 비롯된 고통으로 나타난다. 너는 멀리 떨어져 있고 나는 네가 어찌 되었는가를 알지 못하는 데서 생겨난 고통, 내 나라는 멀리 떨어져 있고 나는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하는 고통 말이다. 몇몇 언어들은 이러한 향수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망명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남편에게 이끌려 프랑스로 망명했다가 고향에 들른 이레나, 아내의 유언에 따라 고향을 찾은 조제프, 이들은 생경한 프라하의 풍경, 달라진 사회 체제, 그 속에 남아 살아가고 있는 옛 친구와 가족들의 무심함과 무지와 일상에 거부당한다.

`향수`는 어쩌면 프랑스로 망명한 후 그곳에서 노년을 맞은 쿤데라 자신의 경험, 그 뿌리 깊은 각성에서 나온 작품일지도 모른다. 또한 예전과 다르게 너무도 빨리 흘러가는 현대의 시간, 그 속에서 시시각각 변해 가는 일상들, 그 때문에 마음의 고향을 잃어 가는 우리 모든 망명 세대를 위한 `오디세이아`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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