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하 빈
눈에 자꾸 밟히는 꽃밭 있지
이 빠진 사발과 깨진 접시, 빈 술병과 찌그러진 깡통
집 나온 갖가지 살림살이, 돌담 아래 납작 엎디어
길과 빈터 아우르는 꽃밭 있지
시골에 살아본 사람들은 안다네
골목골목 등불 켜는 꽃밭 있어
이웃끼리 울타리 갖고 다투는 일 없는 것을
조붓한 길섶의 접시꽃, 봉선화, 살살이꽃 피고지고
길과 담장, 땅과 하늘의 경계 스러지는 것을
접시꽃 봉선화 코스모스 같은 꽃들이 피어있는 골목 안의 풍경들이 정겹다, 이 집 저 집 경계가 없어지고, 신뢰와 사랑이 깔린 꽃울타리가 지금도 시골에 가면 남아있을까. 계절마다 갖가지 꽃등이 켜지는 정겨운 이웃들의 울타리. 서로 위하고 아껴주는 넉넉한 덕담과 인정이 넘나드는 그런 울타리 꽃밭이 지금도 남아있을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