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태 수
그윽하고 투명하게 띄워주고 싶어
말들을 붙들어 가두지 않고
어둡고 무겁게 질식시키지 말고
말의 고삐들을 하나하나 풀어주고 싶어
사닥다리까지 놓아주고 싶어
너는 언제나 침묵의 한가운데서
또 다른 침묵으로 가는 길 위에서
설레며 눈을 뜨지만, 나는
그 순간들을 낮게 그러안고 있지
침묵만이 말의 깊은 메아리를 낳듯
그 메아리가 은은하게 퍼져나가듯
침묵 위의 은밀한 비상을 위하여
너를 위하여 날개를 달아주고 싶어
나는 진정 이제 너를
투명하고 그윽하게 보듬고 싶어
시 속에 표현된 시인의 언어들이란 은은하게 퍼져나가기도 하고 누군가의 가슴에 화살로 날아가 꽂히기도 하는 것이리라. 혹은 어떤 파동도 없이 읽는 이에게 번져가는 침묵의 메아리이기도 한 것이리라. 그윽한 감동의 울림이 오래오래 퍼져나가는 시를 위해 시인은 수없이 지웠다가 다시 쓰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