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해 철
노모는 어디 두고 공사판에 혼자 있나
병든 아내 어디 두고
홀로 모래짐 지나
어두운 얼굴빛
끙끙 힘쓰는 소리
아침 길 위에 엎질러지는데
중늙은이 등짐 위에
늙은 어미
병든 아내
집 나간 자식
얹혀져야 힘 가뿐하게 쓸텐데
전남 영산포 출신의 의사 시인 나해철의 시적 관심은 소위 민중들의 곤궁한 삶의 모습들에 주로 머문다. 출근길에 차창을 통해 보이는 한 장의 풍경. 공사장에서 질통을 지고 끙끙대는 중늙은이의 힘겨운 한 생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 중늙은이의 질통 속에는 늙은 어미도 병든 아내도 집 나간 자식에 대한 책임과 부양의 몫이 가득한 것이어서 그리 끙끙대고 있는 것이고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인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