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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뜸은 침 환경과학이다

등록일 2012-07-31 21:35 게재일 2012-07-3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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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신 객원 논설위원 로타리코리아 발행인

동양에서 침과 뜸은 인류최초의학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태초부터 신체 어딘가가 아프거나 가려우면 손으로 긁거나 꼬집고 찌르고 한다. 처음엔 뾰족 한 돌로 하다 나뭇가지로 바뀌고 철을 발명한 이후로는 침으로 발전했다. 우리 주변엔 여전히 침 뜸, 명상 등 대체의학으로 난치병을 낫게 했다는 전설 같은 명의(名醫)얘기는 늘 들린다. 그런 재야의 고수 침쟁이들이 심심찮게 의료법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침구사 면허제는 일제 때부터 있다가 1962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막혀버렸다.

지금은 침구사 면허를 받은 사람 말고는 한의사만 침 뜸을 놓을 수 있을 뿐이다. 잔인한 일제도 허용했던 것을 대한민국이 막아 버린 셈이다. 현재 면허 없이 침 뜸을 붙들고 있는 침구인은 전국적으로 30만명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현행의료법이 위반이라면서 침구사 면허제 부활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0년 7월 헌법재판소가 이 의료법 조항에 대해 어렵게 합헌 결정을 내린바 있지만 말기 암이나 난치병 환자들은 여전히 생명의 끈을 살리기 위해 소문난 고수들에게 기대려 한다.

동아시아 문명학을 전공한 경희대학교 이만열 교수는 신문 기고문에서 한의학(韓醫學)을 가장 위대하고 숨겨진 보물이라고 평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이 그 요소를 공유하고 있지만 그 비법을 유지한 복합 침술 전통은 한국뿐이라고 했다. 특히 만성질병에 대한 침술 등 한국의 전통적인 한방치료는 서양에서는 방증이 없다고 평가하고 천년의 잠에서 깨어나는 한국인의 기술로 극찬했다.

그렇다. 우리나라는 자연의술 전통을 고스란히 보존하는 나라다. 대표적인 자연의술은 침 뜸 찜질 벌침 따주기 부항 사혈 단식 등이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된장 청국장 고추장 젓갈 약술 등 발효식품이 있는가하면 온돌을 중심으로 한 한옥은 일상생활이 양생법이자 치료법이어서 들여다볼수록 그 깊이의 끝을 잴 수 없다.

이런 위대한 자연의술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기후조건이 좋고 맑고 아름다운 기운을 가진 땅이 있었고 열과 혼을 지닌 선인들이 기 감각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동양의학의 핵심은 한의학이지만 그 원조는 한국이다.

태백산맥 작가 조정래의 침 뜸의 효험얘기는 지금도 유명하다. 아리랑을 반쯤 탈고했을 때 오른쪽 어깨가 마비됐다. 그 때 단번에 해결해준 분이 한 때 의료법위반협의로 당국에 여러 차례 불려 다닌 신의(神醫) 구당 김남수 옹이다.

중국 중 의학계는 구당 선생을 `현존하는 세계 유일의 신침`이라고 칭송한다.

통즉불통(通則不通), 불통즉통(不通則通)은 한의학에서 늘 쓰는 말이다. 혈기가 통하면 안 아프고 막히면 아프다는 뜻이다.

인생은 생로병사의 길을 걷는다. 생로병사의 길에서는 누구나 환자다. 생명의 끈을 놓아버려야 할 절망 앞에서 의사가 고치지 못하는 절망의 블랙홀을 앞둔 환자들은 도대체 누가 고치나. 생명은 우주로부터 온다. 우주는 한 개의 거대한 생명체여서 모든 존재는 그 일부이다.

포항에서도 50년을 침 하나만을 붙들고 살아온 고수가 있다. 부항의료법, 벌침치료법, 금사주입요법을 비롯해 361혈(血)로 갈라진 인체 경혈도 등을 A4 크기에 무려 800쪽에 담은 방대한 침구전문(鍼灸專門) 및 전통한의학서(傳統韓醫學書), 동양침구(東洋鍼灸)저술에 매달려온 동양원 김상식(66, 金相植)선생이다. 한 때는 들것에 실려 온 환자를 침 한방으로 걷게 해준 명의(名醫)이라 해서 전국에서 많은 환자들이 그의 사무실로 새벽부터 몰려왔지만 10년 전부터는 환자시술은 접고 저술에만 몰두하는 한편 전국에서 고른 제자 몇 명만 키우고 있다.

문민정부가 들어설 즈음에는 침 뜸 양성화를 위해서 전국 침사들의 시위를 이끌다 옥고를 치른 아픈 경력도 있다. 지금도 그는 새벽 5시에 일어나 마음을 맑히는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 의사가 못 고치는 불치병을 다스릴 한의학 연구에 몰두하는 보기드문 이 시대의 이인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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