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수 우
어둠길 함부로 잊혀진 달개비를 찾아 구부린 꿈입니다
문득 깨어 물그릇처럼 앉아 있는 밤
산그늘 닮은 당신, 검불 많은 당신의 제사를 봅니다
당신의 기적은 유월 낮달을 기르고 버려진 것들을 불러 앉힙니다
나의 기적은 모퉁이 창가에서 그런 당신과 마주 절하는 것
아프리카의 봄이 불현 듯 툰드라에 꽃대 세우듯
나의 제사, 당신의 제사 마주 앉으면 지상 가득 개구리밥 피어납니다
푸른 제삿밥, 소붓합니다
시 속에 등장하는 `나`의 간절한 바램과 `당신`의 간절한 바램에는 차이가 있는 것 같지만 지향하는 것에는 공통점이 있다. 나의 제사는 잊혀진 달개비꽃 같은 미미하고 소외된 것들이지만 밝고 고운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추구라면, 당신의 제사는 산그늘이나 많은 검불 같은 어둡고 거친 것들에 대한 옹호와 그리움이다. 나와 당신의 제사가 마주 앉으면 푸른 제삿밥 같은 한층 성숙되고 깊은 맛이 우러나는 가치를 일으켜 세울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