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 욱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쾅!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에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더군
수평선은 생후 12년 뒤 내 눈앞에 나타났다. 태어난 지 만 하루였다가, 36년
전의 그날이 12년 전의 그날이다가,
수평선이다가,
저 바다 너머에서 해일이 마을을 덮쳤다. 바로 그 순간 생일이 찾아오고,
연인들은 슬픔에 빠지고, 죽어가는 노인이 고개를 떨어뜨리고,
케이크를 자르듯이 수평선을 잘랐다. 자동차의 절반이 절벽 밖으로 빠져나온
채 바퀴가 헛돌았다
사람 뿐만아니라 사물이나 자연물에도 모두 생년월일이 있는 건 아닐까. 그런데 그 첫 시작의 순간들이 한 번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시인은 믿고 있다. 어떤 계기랄까 전환의 순간이 바로 새로운 시작의 순간이라는 것이다. 초시간적, 시간의 역전을 통한 시인의 논리가 재밌게 읽히는 시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