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 훈
당신 가슴이 당신 손이 당신 어깨가 당신 입술이 당신 구두가 당신 가방이
나를 보던 저녁도 있었지 그러나 이런 시는 이제 쓰지 말자 쓸 수도 있지만
쓸 수도 있지만 추운 저녁 아무도 없는 방에서 성냥을 켜네
함께 했던 아름다운 것들, 정겨웠던 것들, 하여 외롭지 않았던 것들 다 떠나버린 추운 저녁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이 쓸쓸하다. 어쩌면 그 외로움 속에서 그는 더 단단한 삶의 끈을 말아 쥐는지 모른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성냥을 켜는 시인의 마음은 아름답고 혹은 아팠던 지난 추억들을 태워 현실의 밝은 빛을 구하는 의지인지도 모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