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저녁

등록일 2012-07-25 20:58 게재일 2012-07-25 18면
스크랩버튼
이 승 훈
저녁 무릎이 나를 보던 저녁도 있고 당신 이마가 나를 보던 저녁도 있고

당신 가슴이 당신 손이 당신 어깨가 당신 입술이 당신 구두가 당신 가방이

나를 보던 저녁도 있었지 그러나 이런 시는 이제 쓰지 말자 쓸 수도 있지만

쓸 수도 있지만 추운 저녁 아무도 없는 방에서 성냥을 켜네

함께 했던 아름다운 것들, 정겨웠던 것들, 하여 외롭지 않았던 것들 다 떠나버린 추운 저녁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이 쓸쓸하다. 어쩌면 그 외로움 속에서 그는 더 단단한 삶의 끈을 말아 쥐는지 모른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성냥을 켜는 시인의 마음은 아름답고 혹은 아팠던 지난 추억들을 태워 현실의 밝은 빛을 구하는 의지인지도 모른다.

<시인>

김만수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