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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염치와 부패

등록일 2012-07-24 21:21 게재일 2012-07-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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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신 로타리 코리아 발행인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량과 함께 중국 역사 속의 2대 재상으로 불리는 관중(管仲)은 예의염치(禮義廉恥)를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으로 삼았다. 예와 의는 나라를 다스리는 기본 틀로, 염과 치는 청렴과 부끄러움을 아는 품격이다. 관중은 이 네 가지 가운데 하나가 빠지면 나라가 기울고, 둘이 부족하면 위험에 처하며, 셋이 무너지면 근간이 뒤집히고, 넷을 모두 갖추지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다.

권력의 창에서 말 바꾸기를 손바닥 뒤집듯 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층이 정치인이다. 정권말기가 되니 그런 사람들을 거의 매일이다시피 언론을 통해 만난다. 그 과정은 모두가 코미디다. 비리나 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조사를 받으면 “일단 모른다”며 발뺌부터 먼저하고, 수사망이 좁혀지면 “표적수사”라고 반발한다. 뇌물정황이 드러나면 공통의 답은 “빌린 돈 등등”이다.

미끼처럼 고혹적이고 매력적인 것이 없다. 미끼의 유혹에서 벗어나야만 치욕을 면할 수 있다. 미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붕어는 결국 뜨거운 불판(감옥)을 타게 된다.

현 정권으로서는 마지막이 될 대법관추천도 기가 막힌다. 현 정권이 추천한 정부 고위관료들 가운데 국회 공청회 과정에서 매끄럽게 넘어 간 사람은 별로 기억에 나지 않는다. 마지막 만큼은 흠이 없는 사람이 추천될 줄 알았는데, 청문회과정에서 보니 범인이나 그 사람이나 별로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집이나 부동산 매매가 익숙하지 않은 영세민들은 다운계약서란 이름조차 생소하다. 종교적 편향을 가진 인사까지 끼었다. 깨끗한 인사가 이토록 없을까. 한탄이 절로 나온다. 이분들의 얘기는 아니지만 오죽했으면 시중에는 버티기 삼절이라는 노래 말까지 생겼을까.

물론 부패현상은 정권말기에 되풀이되는 일이어서 별반 새로울 것은 없다. 하지만 지금 터지는 대통령 형과 그 주변 인사들의 부패문제를 포항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마음이 영 편치 않다.

포항 출신이자 대통령의 최고위측근으로 불리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한 달 전에 구속 되었는데, 이번에는 대군으로 추앙받던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구속됐다. 박영준 차관의 구속도 그렇다.

정권초기 영포라인이 세간에 화제가 되었을 때는 그래도 참아줄만 했다. 포항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동생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국회의원은 그만두고 외국 대사라도 나갔으면”하고 걱정들을 했다. 그렇게만 했던들 감옥 가는 대통령 가족의 전철만은 밟지 않았을 것이 아닌가.

그동안 문민정부다. 국민의 정부·참여정부에다 MB정권에 이르기까지 5년마다 대통령이 바뀌고 참모들이 줄지어 요직에 들어섰다. 대통령들은 그 때마다 취임구호는 거창했지만 수장의 아래에는 이름만 달리한 인사들이 속속 등장해서 오늘과 같은 부패의 고리를 이어온 셈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대통령은 예외 없이 직계가족과 친인척의 비리에 걸려 넘어 졌다.

생선은 머리부터 썩는다고 한다. 이 대통령도 결국 친인척과 측근이라는 종래의 덫을 넘지 못하고 물러나는 대통령이 되는 모양새다. 생선머리에 해당되는 측근의 도둑질은 정권실패로 귀결된다. 우리나라는 무역, 경제규모, 인터넷 등 모든 부분에서 10위권 이내에 들지만 부패지수만은 험난하다. 현재의 부패수치에서 10%만 투명해지면 80조원의 이익이 생긴다고 한다. 경제학자들은 일본 수준(12위)만 되어도 우리나라 경제발전지수는 1.5% 가까이 더 올라 간다는 것.

대한민국 국민들은 어쨌든 올 연말에도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품고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치룰 것이다. 살아서는 후손(生而無後)을, 죽어서는 유골(死不留灰)을 남기지 않았던 중국 저우언라이(周恩來)의 6무(無)는 고사(古事)일 뿐이다. 저우언라이는 외빈과 만찬이 있는 날은 먼저 주방을 찾아 국수 한 그릇을 말아먹곤 했다. 자신의 배가 고프면 손님을 챙기는 데 소홀할까 우려했던 청빈한 리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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