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채 영
저기 떠 있는 섬이 등대를 세워
깜박깜박 신호를 보낼 때까지는
나 또한 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뱃길 닿지 않는 섬에 등대를 밝혀
밤배의 길을 밝혀주는 젖은 마음을 파도라고 하면
섬 아닌 사람이 누구이겠는가
만조는 이별의 선례가 되어서
바닥난 체력만으로도 어깨가 기울고
떠나가는 섬이 가뭇가뭇한 수평선에
한 섬이 다가오며 늘 그러하듯이
안개 낀 밤에 종소리를 뚫고 다가와
오래 동행하여 서로 육지가 되었다
우리는 모두 섬이다. 홀로 존재하고 홀로 하나의 섬이 되어 사람들의 바다에서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건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들 하나하나는 깜박거리는 불을 켠 등대 하나씩을 세우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리라. 인생이란 안개 낀 밤에 종소리를 뚫고 다가와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동행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