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으로 들락거리는 아이도 있었다
하얀 물오리들이 아이들 곁에서 푸들거리며 놀고 있었다
자전거를 세워놓고 짙은 버들 그늘에 앉은 사람들이
그 모양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물살은 무심히도 아이들을 감싸 흘렀다
바람도 그 곁을 흔적없이 스쳐나갔다
둥글고 붉은 저녁 해가 그 진귀한 풍경을 물들이는 걸
창유리를 사이에 두고 내가 보고 있었다
잠시, 돌아갈 수 없는 어릴 적 옛 고향에 다녀오듯
그 길에서 만난, 슬프고 정겨운 그림 한 폭을
나는 기억세포의 칸칸마다 꾹꾹 눌러 담아 두었다.
평양의 저녁 풍경, 아이들이 풀밭에 있고 물에 들어 풍덩거리고 오리가 같이 헤엄치고…. 이 얼마나 평온하고 평화스런 풍경인가. 이념과 사상이 다를 뿐이지 우리가 어릴 적 경험한 그런 정겨운 풍경을 우리는 본다. 사람 사는 곳이 어딘들 다를 바가 있겠는가 마는 다만 그 풍경들을 물끄러미 차장 안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시인의 젖은 가슴을 읽는 마음이 아프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