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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같은 돈

등록일 2012-07-13 21:34 게재일 2012-07-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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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락 경주청하요양병원장

어떤 모임에서든지 큰 소리를 치는 사람은 대부분 돈푼깨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신이 나서 입에 거품을 문다. 그런 사람은 돈을 비교적 많이 사랑했던 사람들이다. 남다르게 관심을 가진 결과였다.

재물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은 재물을 탐한다. 인간의 생리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사람들은 돈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생각한다.

돈 없이 가난하게 살아보면 많은 불편을 느낀다. 큰 소리를 한 번도 쳐 보지 못한다. 가장은 권위가 서지 않고 부인은 물건을 사려고 시장으로 나가기가 싫다. 아이들은 먹고 싶은 것을 사달라고 보채고 집안 분위기는 짜증으로 가득 찬다.

누군가가 그에게 “돈이란 많이 가질 필요는 없다”고 하면 그는 화가 난다. 돈이 없어서 쩔쩔매는데 적당량만 필요할 뿐 많이 가질 필요가 없다니, 돈은 상대적이다. 가난한 사람이 빈촌에 살면 부잣집 옆에서 살기 보다는 절망감이나 박탈감을 덜 느낀다. 비교하는 데서 위축감을 더 크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은 생활 중에 극히 필요하면서도 사람들은 돈을 나쁜 것으로 생각한다. 돈 그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돈은 만 가지 악의 근원이 아니다. 그냥 돈일뿐이다. 오로지 `돈의 유혹에 넘어 감`이 악의 근원임을 잘 모르고 있을 뿐이다.

사람들은 최대의 가치를 돈에 둔다. 신과 같이 강력하게 파워가 넘치는 돈. 유혹해 지배하려는 맘몬, 우상이 돼 있다. 그러나 절대 만족을 못하기에 인간은 돈을 더욱 갈망한다. 만일 종교인이 이렇다면 그는 신과 돈을 함께 섬기는 모순을 세상에 나타내는 것이다.

종교인 중에는 사업의 성공을 신의 축복으로 여기는 자를 가끔 볼 수 있다. 그래서 사무실 벽에는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표어를 붙여 둔 자가 있다. 재물을 많이 모으는 것을 신의 축복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종교를 이용한 `돈 신앙`을 믿고 있는 것이다. 독실한 신앙인도 게으르거나 사업에 실패해 가난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종교 생활을 충실하게 수행했기 때문에 그 결과로 자기가 가난하다고 생각한다. 합리화 한다. 착각한다.

돈이 있으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고 되고 싶은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부자라도 돈 이외의 기타 여건이 부족해서 모든 일들이 자기 맘대로 되지 않는다. 그는 단지 돈이 있다는 것뿐이다.

돈은 그 사람의 신체를 바꿀 수 없다. 돈이 많으면 좋은 음식을 엄청나게 많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러나 그도 나도 한 끼에 밥 한 그릇일 뿐이다. 최고의 식품은 돈이 많이 들지 않는 채식이다.

돈은 사람의 본색을 드러나게 한다. 돈을 맡겨 보면, 그의 인격을 알 수 있다. 돈을 잘 활용하는가, 또는 우상으로 여기는가, 돈 있다고 교만하지는 않는가, 또는 돈의 노예는 아닌가 등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삶에서는 돈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교양, 지식, 예의바름, 인격 등이 더 필요하다.

사람들은 돈으로만 선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정한 선행은 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돈이 많아야 선행이 가능하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사람은 재물을 넉넉히 가지면 교만해 지기 쉽다. 돈 있고 겸손하기는 매우 힘이 들기 때문이다. 돈이 많다고 해서 생각이나 인격의 수준을 더높게 올리지는 못한다. 돈 없다고 기죽지 말라. 턱 없이 부러워 말라. 또한 돈 없는 자를 무시하지 말라. 똑 같은 인간이다. 우리는 아무 것도 가지지 않고 세상에 왔다가 빈손으로 떠난다. 그러나 오호애재(嗚呼哀哉)라. 이렇게 큰 소리를 치는 나부터도 돈에 초연하기가 힘 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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