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먼 여행` 아시아 펴냄, 로힌턴 미스트리 지음 손석주 번역, 568쪽
영미권에서 `천재 작가`로 불리는 인도 출신의 소설가 로힌턴 미스트리가 한국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두 번째 장편 `그토록 먼 여행`(아시아). 1991년에 첫 출간 된 이 소설은 출간된 해에 저자가 거주하는 캐나다에서 캐나다 총독상을, 이듬해에 연영방 작가상을 수상하게 하는 영예를 안겼다.
인도 봄베이에 사는 한 가족에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친구로부터 정체불명의 소포가 배달된다. 그 소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풀어가며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주인공은 저자와 같은 인도 파르시(페르시아 계통의 조로아스터교도) 가족의 가장이다.`그토록 먼 여행`은 한 가족의 이야기인 동시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다. 세상의 부조리에 눈을 뜬 큰아들, 이성에 눈을 뜬 작은아들, 그리고 병에 걸린 막내딸을 지키기 위해 기적과 불행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부모의 이야기다. 로힌턴 미스트리는 톨스토이와 타고르를 떠올리게 하는 언어, 구조, 디테일로 세심하게 글을 쓴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감상적이지 않지만 부드럽게 모든 갈망과 불완전함을 담은 인간의 마음을 묘사하는 데 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미스트리는 2009년 `적절한 균형(A Fine Balance)`으로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됐다. 손홍규, 김별아 등 소설가들이 극찬한 이 소설로 첫 선을 보이며 알려졌지만, 영미권에서는 이미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가로 손꼽힌다. 그의 첫 장편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두 번째 소개되는 `그토록 먼 여행`은 인도의 현실과 역사, 인도인들의 희노애락을 그리면서도 인도 이야기로 그치지 않고, 아시아의 이야기로, 다시 오늘날 한국의 이야기로, 당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 소설의 제목은 엘리엇의 시에서 유래한다.
그러나 주인공 구스타드 노블이 병원에서 죽어 가는 옛 친구인 빌리모리아 소령을 면회하기 위해 델리로 여행을 다녀오는 것 외에는 `먼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들은 각자의 먼 여행을 떠난다. 명문 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하고도 예술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출한 소랍, 집안끼리 사이가 좋지 않아 부모가 반대하는 또래 여자 아이를 좋아하는 다리우스, 병에 걸린 딸 로샨, 가정의 행복을 위해 점점 잔인한 주술에 끌려 들어가는 어머니 딜나바즈. (중략) 이처럼 가정의 모든 짐을 짊어진 채 괴로워하는 아버지 구스타드 노블.
이 다섯 일가족을 둘러싼 인물들 역시 먼 여행을 떠난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삶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들이 원했거나 원하지 않았거나 그들은 살아 있기에 여행을 떠난 것이며 곧 삶이 `먼 여행`이다. 사람이 사람에게서 멀어지는 여행이야말로 가장 먼 여행인 셈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