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른다
경사 급한 절개지로 강제 이주당한
삶이다 저 애송나무의 가파른 생애가
내게로 건너온 어느 날
나무의 푸른 몸짓이 흐린 눈을 씻겨내던
그날, 우리는 만난 것이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상대의 상처에 참여하는 것이다
네 속에 들어가면서부터 나는
내 몸의 상처를 만질 수가 있었다
지친 내 몸
누일 수 있는 푸른 나라
비탈에 옮겨 심어진 어린 소나무의 질기디 질긴 생명력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이 깊다. 척박한 비탈과 같은 삶이 어디 어린 소나무에게만 있으랴. 이 차가운 겨울을 건너가는 가난하고 순한 이웃들의 바람찬 한 생애들을 바라보자. 물러나지도 내려서지도 않는 당당한 저 푸른 소나무같은 이웃들의 가멸찬 삶이 도처에 살아있는 이 땅은 그래도 희망 있다. 희망 크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