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이 환해졌어요
대웅전 앞 배롱나무 꽃송이들
입안 가득 종소리 머금었다 뱉어주니
수천의 동백 잎 좋아라 입맞춤합니다
손사래 치는 초록향기 받아먹고
구강포 바닷고기 몸을 불려 튀어 오르면
동심원을 그리며 미소를 띄웁니다
둥근 소리로 구르면서
나도 깨우고 너도 깨우고
구르고 굴러 지구도 돌리고
꿈틀 거대한 힘으로 살아서 우주를 돌리는
백련사 저녁 종, 그 환한
소리 소리 소리
절집의 저녁 종소리가 둥글게 파문을 일으키며 퍼져나가는 모습을 둥근 소리의 힘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 종소리는 그냥 청동의 표면을 떠나는 물리적인 소리가 아니라 배롱나무의 꽃을 피우고 구강포 바닷고기의 몸을 불리며 나도 너도 깨우는 생명의 소리이고 영혼의 소리인 것이다. 이런 소리를 볼 수 있는 시인의 눈이 깊고 밝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