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거리는 녹슨 못이 마중을 나와 있다
오래된 감나무가 매달아 놓은 감
기운 없이 축축 떨어져 퍼질러진다
친구 삼아 의지한 중풍
끝끝내 한 몸이 되었던가
간장을 담그고 메주를 만지던 손이
장독대 위로 쓰러진 지 몇 해
어머니 걸음걸이 따라 심겨진
덩굴장미 절룩절룩 꽃이 핀다
거미가 제 식솔들을 마음껏 풀어놓고
어머니의 그림자를 문지르고 다닌다
중풍에 걸린 어머니. 그 어머니가 벌여놓은 세간에 묻어나는 따스한 모정을 느낄 수 있는 시이다. 간장 담그고 메주를 만지던 손이 불편한 어머니. 그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스며있는 담장이며 그 담장 아래의 장독대에는 때를 따라 넝쿨장미가 피어나고 거미들이 찾아와 함께 싱싱한 생명력을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