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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정 이 향

등록일 2012-07-05 22:05 게재일 2012-07-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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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배웅하던 대문 앞에

삐걱거리는 녹슨 못이 마중을 나와 있다

오래된 감나무가 매달아 놓은 감

기운 없이 축축 떨어져 퍼질러진다

친구 삼아 의지한 중풍

끝끝내 한 몸이 되었던가

간장을 담그고 메주를 만지던 손이

장독대 위로 쓰러진 지 몇 해

어머니 걸음걸이 따라 심겨진

덩굴장미 절룩절룩 꽃이 핀다

거미가 제 식솔들을 마음껏 풀어놓고

어머니의 그림자를 문지르고 다닌다

중풍에 걸린 어머니. 그 어머니가 벌여놓은 세간에 묻어나는 따스한 모정을 느낄 수 있는 시이다. 간장 담그고 메주를 만지던 손이 불편한 어머니. 그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스며있는 담장이며 그 담장 아래의 장독대에는 때를 따라 넝쿨장미가 피어나고 거미들이 찾아와 함께 싱싱한 생명력을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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