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두엇 서 있다
재실을 비껴서 흐르는 강물 위
삐죽이 나온 돌에
햇살이 길게 찢어진다
아무도 없는 마당에서
멀리 눈 덮인 천왕봉을 본다
쭉 뻗어서 몹시 차가운
혼자 가는 길
산천재는 경남 산청군 덕산에 있는 중종 때 유학자 남명 조식이 지은 서재로서 그의 말년을 보낸 은거지다. 중종 때 시끄러운 정치판을 떠나 훌쩍 떠나와 학문과 수신의 길을 홀로 가셨던 남명선생의 재실에서 시인은 혼자 가는 길의 외로움과 단단히 자기를 단속하며 살아온 시간들을 돌아본다. 눈 덮인 천왕봉처럼, 소나무처럼 말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