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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이 창 수

등록일 2012-07-03 21:22 게재일 2012-07-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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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잠깐 먼 데를 보고 있는 사이에

여름이 지나고 겨울이 왔다

차가운 바람이 손발을 저리게 했다

민소매와 반바지 위에 두꺼운 잠바를 입었다

나는 여자보다 가을의 서늘한 날씨를 더 사랑했지만

한 눈을 파는 사이에

사랑하는 가을이 사라져버렸다

남산 전망대에 서서

사라진 계절을 찾아 방황하는 새들을 보았다

반바지와 민소매를 입고

아주 잠깐 먼 데를 보고 있는 사이에

초록이 지고 흰 눈이 내기기 시작했다

생의 전망대에서 탄알처럼 휙휙 지나가 버리는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는 시인의 가슴에 겨울바람이 스미고 있다. 한 눈을 파는 사이에, 아주 잠깐 먼 데를 보고 있는 사이에 자연의 시간도 우리네 인생의 시간들도 아무 것에도 걸림없이 지나가버리는 것이다. 사느라고, 자기의 꿈을 이루기 위해 거기에 몰입하다 허리 펴고 주변을 둘러보면 어느 듯 머물러 있을 것 같던 많은 것들이 곁에서 멀어지고 사라져버리기 일쑤다. 세월을 쏜 살이라고 했던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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