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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좋은 개살구

등록일 2012-07-03 21:22 게재일 2012-07-0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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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광순 제2사회부

한평생 살아가는 동안 가진 자, 못가진 자 할 것 없이 어쩌다 돈이 급히 필요한 때가 있다.

돈을 꿔야하는 절실한 입장마다 제각각 사연은 다르지만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급전(急錢)은 요긴하게 쓰여진다. 소규모 영세상인들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소액 운전자금은 더욱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해 신용이나 담보로 대출하기도 하지만 경기 부진으로 가계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에겐 아직도 대출 문턱은 높기만 하다.

안동과 영주, 봉화, 영양, 의성 등 경북북부 7개 시·군을 관할하고 제도권 금융기관 이용이 곤란한 자영업자들에게 담보나 보증 없이 낮은 이자로 소액대출사업을 실시하는 안동의 한 서민금융의 경우 개점 2년간 100여건에 겨우 9억여원의 대출에 그치고 있다. 같은 지역 불법 사금융보다 오히려 낮은 수치로 지나치게 까다로운 대출조건이 `발목`을 잡아 서민들에게 `빛 좋은 개살구`로 내비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전통시장상인 자립지원을 위해 신용정보가 없거나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등의 신청자를 대상으로 수백만 원에서 최고 1천만원까지 저리로 3년이내 균등분할 상환하는 것이 대출조건이나 실제 자격 조건을 맞추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결국 발길을 돌린 상인들은 금리 40~60%를 웃도는 사채를 빌릴 정도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얼마전 대구의 사채업자로부터 안동의 재래시장 한 60대 여성은 5년 전 불과 100만원을 빌려 썼다가 얼마 전까지 원금의 100배 가까이 갚았지만 빚은 줄지 않았다. 이 여성이 운영하는 업소와 불과 지척의 거리에 마을금고 등 서민경제 최일선 금융기관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법정 이자보다 수십배 많은 불법 사금융의 횡포가 깊숙히 뿌리내린 우울한 현 사회의 한 단면이다. 불법 사금융 대부업자들이 기승을 부리자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일단 수그러들기는 했으나 언제, 어디서든 음지의 독버섯처럼 재차 피어오를 공산이 크다.

결국 경찰의 강력한 단속은 영세상인들에게 `사채의 덫`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는 있어도 궁지에 몰린 이들에게 자금줄을 말린 결과를 초래했다.

`급전 필요하신 분`, `급한 불 바로 해결`등의 문구가 적힌 전단이나 딱지들이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 단속 외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당국의 서민금융 대책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안동/gskw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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