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영광학교<br>반려견활용 치료교육 등 동물매개치료 선두주자<br>개별화된 체육활동 지도 등도 탁월한 성과 거둬
경북영광학교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소재지가 경북 영천이라 대구에서 볼때 크게 멀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길안내를 위해 네비게이션을 켜니 80km가 넘는다. 영천에 들어와서도 좁은 길과 다리 논두렁길 등을 20여분간 달린 후에 다다를 수 있었다. 네비가 없었으면 한참 헤맬뻔 했다. 학교로 오기까지 현대문명의 덕을 톡톡히 봤지만, `이것이 우리나라 장애교육의 현주소이구나` 하는 생각도 동시에 느꼈다. 일반인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 인가가 드문 산 중에 자리잡을 수 밖에 없었던 장애인 학교. 과거 좋지않던 이미지를 벗고 이제 장애를 가진 부모가 앞다퉈 보내고 싶어하는 장애인교육의 산실 경북영광학교를 찾았다.
■ 동물매개치료로 장애인 교육 새 장
이 학교가 학생들에게 가장 관심을 가지고 교육하는 분야는 동물을 매개로 한 치료교육.
동물매개치료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지 않았던 2000년대 중반부터 유럽 및 미국 등에서 실시되고 있는 동물매개치료에 대한 이론적·방법적 학문을 연구하고, 실제 현장에서 긍정적 효과를 거뒀던 사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국내에 동물매개치료를 소개하는 선두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지난달 찾은 영광학교 학생 몇 명은 교장실에 있는 앵무새 등에 관심을 나타내며 즐거운 표정으로 새와 놀고 있었다. 한 교사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는 자폐아동들은 사람에게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지만 동물에게는 연다. 동물들과 교감하는 아동들을 볼때면 이 분야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광학교는 우선 학생들에게 가장 친근한 동물인 반려견을 활용해 치료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후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정식으로 편성, 특기적성교육 및 문화예술교육, 재량활동(봉사활동)시간에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08년 5월, `동물사랑 · 인간사랑 · 자연사랑`의 슬로건으로 학교 내에 25평 정도의 독립 공간을 마련, `창파 동물매개치료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센터 구성원인 특수교육, 재활과학, 수의학, 심리학의 전문가들이 학제 간의 연구를 통해 현장 교육에 필요한 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 기타 관련 활동을 도와주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사람에게 가장 친근한 반려견(골든리트리버, 닥스훈트, 코카스파니엘, 요크셔테리어, 진돗개 등)은 물론 미니피그, 새(금강앵무, 백문조), 미니홀스, 고양이(러시안블루), 물고기 등 다양한 종류의 치료도우미 동물들을 보유하고 있다.
■ 무지개 예술단 운영
예체능 중점 학교로서 다양한 예술 동아리 활동과 공연을 통해 학생들에게 교육적 성과를 내고 있다. 동아리 활동반만 25개에 이른다.
동아리는 연주, 무용, 퍼포먼스, 중창부분으로 나눴다. 연주에는 난타, 어울림 밴드부등이고 무용은 동물과 함께하는 팀도 있다. 특히 어울림 밴드는 지난 2005년에는 `하나됨을 위하여`라는 기념음반을 제작했고, 2007년에는 일본 도쿄에서 열린 골드콘테스트에 한국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지브라-Z 난타는 파격적 의상과 특별한 액션으로 아프리카 얼룩말들의 질주를 보는듯한 퓨전 난타 퍼포먼스팀이다. 대구 동성로 축제 초청공연을 비롯, 2010년 8월 한국스페셜올림픽전국하계대회 개막식 공연을 하는 등 왕성한 인기몰이를 하고있다.
무지개 예술단을 통한 문화예술 동아리 활동은 본교의 중점 교육 활동으로 약 160명의 학생이 활동하고 있으며, 연간 40회 이상의 국내·외 공연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사회성 증진 및 자기 자존감 향상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 동아리는 인근 양로원을 비롯 지역 사회의 소외된 곳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 1교1종목, 1인운동에 태극권 선정
1교 1종목으로 태극권을 선정해 경북교육청으로부터 1교 1종목, 1인 1운동 시범운영학교로 지정됐다.
매주 수요일 1~2교시를 1인1운동 활동시간으로 설정하고 전 교직원이 1인1운동 교사로 참여하고 있다. 또 장애 유형 및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판단, 태극권 외 탁구 닌텐도 자전거타기 등 18가지 운동 및 놀이프로그램을 마련,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했다.
김은지 교사는 “발달장애 학생의 장애의 정도 및 유형이 중증·중복화 되고 있는 현실에 소수의 엘리트 장애 체육교육이 아닌 보다 폭넓은 장애 사회 체육, 생활 체육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체육활동이 힘든 발달장애 학생들에게도 그 개개인의 장애정도와 특성에 맞는 보다 개별화된 체육활동 프로그램을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영광학교가 걸어온 길
1983년 창파 이태영 박사의 건학이념을 이어받아 학교법인 영광학원으로 설립 인가(초등학교과정 12학급)됐고, 그 다음해 1984년에 개교했다. 1989년 중학교과정, 1993년 고등학교과정 그리고 1998년 유치원과정이 개설 인가되면서 유치부로부터 고등학교과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개설돼 장애학생들의 요람이 되었다. 본교는 1986년에 영광학사가 개원되었고, 1992년에는 생활교육관이 그리고 1997년에는 직업교육관이 증축·완공되어 활용되고 있다. 경상북도교육청 지정 특수교육 시범학교(1998.3.1-2000.2.28), 새교육 수범학교 지정(2001.12.30), 통합교육 수범학교 지정(2006.11.28)으로 교육-학습지도 개선활동에 노력하고 있다.
2012년 현재 학급 수는 초등학교과정 15학급, 중학교과정 9학급, 고등학교과정 13학급, 전공과 1학급 등 총 38개 학급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생 수는 남학생이 143명, 여학생이 87명 등 총 230명으로 주로 정신지체 학생들이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