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물 흐르는 고운 소리 위로 반딧불이 날아다니는 산골 암자의 단출한 방안, 일렁이는 촛불 바람 앞에 두고 비구니 스님과 우전을 마시는데 물소리보다 엷은 바람결에 난() 대궁이 소리 없이 흔들리고 희미한 어둠 속 스님 얼굴이 맑은 찻잔처럼 둥그렇게 떠올랐다. 빡빡 깎은 머리, 무명의 장삼뿐이련만 어찌 그리 고우신가. 내 오랜 세월 줄곧 씻고 닦고 가꿔온 것이 머잖아 한 줌 재로 사라져버린 것들, 밤은 깊어가고 다(茶) 맛은 달고도 환했건만
시인은 은은한 난 향과 맑은 다향으로 화장을 하고 있다. 산사의 비구니 스님과 마주앉아 볼 기회를 누구나 가질 수 없지 않을까. 시인은 스님과 함께 한 청정한 시간을 음미하며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다. 오늘 아침 시인이 만난, 세속을 떠나 정진 수도하는 구도자의 깨끗한 마음과 장삼자락을 보며 홍진에 더럽혀진 우리의 소매를 보자. 은은한 난향과 맑은 다향으로 화장을 하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