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동네를 둥글게 뭉쳐놓고 눈 그친 날 토실토실한
밤송이 대나무가 슬쩍 눈덩이를 털어 낸다는 것이
아차!
자해인 듯 그도 아니면 자진인 듯 제 배를 쩍
따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생의 마지막 숨을 헉 토해 놓는데요
순간
대밭이 출렁
뻥 뚫린 하늘로 까마귀 떼 우 쏟아져 나와
박혀드는 것이었습니다
대종천이 있는 감포바다. 만파식적(萬波息笛)의 설화가 바탕이 된 아름다운 작품이다. 눈 내린 대숲에서 시인은 쌓인 눈이 쏟아지는 순간을 포착하고 생의 경이로운 순간과 접합시키고 있다. 대밭이 출렁/ 뻥 뚫린 하늘로 까마귀 떼 우 쏟아져 나와/ 박혀든 것이었다/ 순간을 발견하는 시인의 눈이 깊고 푸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