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남쪽 바다 십자성과 야자수는 노래 속에 있다 진한 박하와 따뜻한 망고향 흐르는 노래 하얀 조개 껍질 같은 섬들 돈벌레처럼 미끄러지는 통나무배들 수시로 끓는 납덩이 같은 노래의 추억은 내 속에서 해저 화산처럼 폭발한다 진흙을 싸 발라 구운 원숭이 두개골처럼 이승의 붉은 털이 다 빠지고도 남을 노래, 그러나 노래가 알지 못하는 이승의 기억은 시퍼런 강물이 물어뜯는 북녘 다리처럼 발이 시리다
추억은 노래를 동반하고 노래는 추억을 거느린다고 하면 말이 될까. 우리는 수많은 추억의 연속 속에 살아가고 있다. 유형의 혹은 무형의 추억 속에서 우리의 삶은 환희와 슬픔의 실로 짜여지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이러한 추억 중에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추억을 건지는데 `시퍼런 강물이 물어뜯는 북녘 다리`라는 이미지를 이용하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