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발버둥치며 담쟁이는
담을 기어오르지 않는다
누군가 목덜미를 잡아 끌어내리려 해도
그 자리에서 끄떡없다
담쟁이는 제 가는 길이 천직임을 안다
담장이 울퉁불퉁 해도 함부로 탓하지 않는다
제 온몸이 비틀려도
제 갈 길을 멈추지 않는다
푸르게 푸르게 제 삶을 꾸리며
오늘도 쉬지않고 앞으로 앞으로만 나아가고 있다
담쟁이는 어디로든 뻗어나간다. 멈칫멈칫하지 않는다. 다만 새 순을 만들며 끝없이 뻗어나가는 것이다. 몸을 붙이고 오르는 담장의 상태가 어떠하든지 거기에 반응하지 않는다. 한결같이 뻗어가며 푸르름을 만들며 간다. 여러 가지 생의 여건들을 탓하며 멈칫하고 불평하고 좌절해버리는 우리 인생들이 담쟁이의 생육을 가만히 들여다 볼일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