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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꽃 피는 길...김 점 용

등록일 2012-06-22 19:30 게재일 2012-06-2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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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너의 문간에 이르지 못했으니

이곳에서 그냥 밤을 세우고 말리라

오늘 하루 얼마나 걸었을까

지는 해의 부르튼 발바닥이 보여

문을 잠근 그대여

너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을 테지

이 길의 두근거림

(…)

문을 잠근 그대여 나는 아네

언젠가 내가 너의 문간에 이르렀을 때

너무 단단히는 잠그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삐걱거려주리라는 것을

끝끝내 열리지 않아 그 곳에 나의 무덤을 짓더라도

아주 희망이 없지는 않게

너의 숨결엔 듯 흔들리며 삐걱거려주리라는 것을

흰 감자꽃이 핀 길을 걸으며 땅 속에 알알이 맺혀가는 알갱이들을 생각하는 시인은 우리네 인생이 한 여정을 생각한다.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오랜 기다림과 그리움으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애틋하고 가슴 아픈 일인가. 빈 집의 문이 기척 없이 어느 숨결엔 듯 조금씩 조금씩 흔들리며 삐걱거려 주리라는 것을 생각하는 마음 속에는 간절한 그리움과 사랑의 소망이 스며있는 시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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